잿빛으로 물들여진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알갱이들, 눈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하늘하늘 흩날린다. 그 눈을 방안 작은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보로스는 왜인지 불만어린 시선이었다. 아마 그 이유는 같이 잠을 잤을터인 자신의 여성이 곁에 없는 것이 원인일 것이다. "추운데 또 보러 간건가.."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는 방에서 벗어나 어디론가로 향한다.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며 그는 떠올린다. 하늘이나 작은 꽃, 사람이 없는 길의 끝, 어디선가 날라온 풀잎 한장, 비어버린 유리컵 등등.. 사소한 여러가지에 시선을 멈추어 한없이 바라보던 그녀의 모습을... 자신과 연인이 되기 전, 마음 속 슬픔을 털어 놓기 전에 그것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엔 슬픔이 섞여있었다. 허나 그것은 금방 감추어져 순수함과 공허함이 ..